집의 전기 회로에 과부하가 걸리면 두꺼비집(차단기)이 내려갑니다. 주식시장에도 같은 장치가 있습니다. 가격이 짧은 시간에 너무 급하게 움직이면 거래소가 매매를 강제로 멈춰 시장 참여자들에게 "숨 돌릴 시간"을 주는 제도 — 그것이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입니다.
이 장치들은 하락을 막아주지 않습니다. 다만 공포에 의한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의 속도를 늦추고, 그 사이에 투자자들이 정보를 소화할 시간을 벌어줍니다. 급락장에서 뉴스 속보에 "서킷브레이커 발동"이라는 문구가 뜨면 그날이 어느 수준의 사건인지 바로 가늠할 수 있도록, 발동 조건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거래소(KRX)의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 또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됩니다. 시장별(코스피/코스닥)로 각각 적용되며, 단계별로 다음과 같습니다.
| 단계 | 발동 조건 | 조치 | 발동 가능 시간 |
|---|---|---|---|
| 1단계 | 지수 -8% 이상, 1분 지속 | 모든 매매 20분 중단 후 10분간 단일가매매로 재개 | 장 개시 후 ~ 14:50, 1일 1회 |
| 2단계 | 지수 -15% 이상 & 1단계 발동 시점보다 1%p 이상 추가 하락 | 다시 20분 중단 + 10분 단일가 | 장 개시 후 ~ 14:50, 1일 1회 |
| 3단계 | 지수 -20% 이상 & 2단계 발동 시점보다 1%p 이상 추가 하락 | 당일 장 종료 | 장중 언제든 |
3단계가 발동되면 그날 시장은 그대로 문을 닫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3단계까지 간 적은 없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현물 지수를 보는 장치라면, 사이드카(sidecar)는 선물 가격을 보는 장치입니다. 코스피200 선물이 전일 대비 ±5%(코스닥150 선물은 ±6%) 이상 변동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킵니다.
급락일에는 보통 사이드카가 먼저 발동되고, 하락이 더 깊어지면 서킷브레이커로 이어지는 순서를 밟습니다. 선물이 현물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물 시장이 갖는 이런 '예고편' 성격은 야간선물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지수 전체가 아니라 개별 종목 단위의 브레이크도 있습니다. 변동성완화장치(VI, Volatility Interruption)는 특정 종목의 체결 가격이 직전 가격 대비, 또는 당일 기준 가격 대비 일정 폭을 벗어나면 그 종목만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제도입니다. 급락일에는 수백 개 종목에서 VI가 연쇄적으로 발동되곤 하며, 뉴스에서 "VI 발동 종목 수"가 그날의 패닉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인용되기도 합니다.
미국 증시의 서킷브레이커는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 단계 | 발동 조건 | 조치 |
|---|---|---|
| Level 1 | S&P500 -7% | 15분 거래 중단 (동부시간 15:25 이전에만) |
| Level 2 | S&P500 -13% | 15분 거래 중단 (동부시간 15:25 이전에만) |
| Level 3 | S&P500 -20% | 당일 장 종료 |
2020년 3월 코로나 패닉 당시 미국 시장은 3월 9일, 12일, 16일, 18일 — 열흘 사이 네 차례나 Level 1 서킷브레이커를 겪었습니다.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날들이 CrashWatch 경보 기준으로는 대부분 Lv4~Lv5에 해당합니다. 각 단계의 의미는 경보 단계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매매가 멈춘 20분은 강제로 주어진 생각할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호가창을 새로고침하는 대신 확인해야 할 것은 하락의 원인입니다. 시장 전체를 누르는 외부 충격인지, 특정 섹터에서 시작된 문제인지에 따라 이후 경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외부악재 vs 개별악재 참고). 역사적으로 서킷브레이커급 급락일에 공포로 던진 매도가 사후에 아쉬운 결정이 된 사례가 많다는 점은 패닉셀의 심리학에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