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을 열 개로 나눠 담았는데 급락일에 전부 빨간색입니다. "분산했는데 왜 소용이 없지?"라는 의문이 여기서 생깁니다. 분산투자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분산이 막아주는 위험과 막지 못하는 위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구분을 알면 분산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 개별 위험 | 시장 위험 | |
|---|---|---|
| 내용 | 그 회사 고유의 문제 — 실적 부진, 소송, 경영진 이슈 | 시장 전체를 누르는 요인 — 금리, 환율, 글로벌 충격 |
| 분산으로 | 줄어든다 | 줄지 않는다 |
| 이유 | 한 회사의 악재는 다른 회사와 무관하므로 서로 상쇄된다 | 모든 회사에 동시에 작용하므로 나눠 담아도 함께 맞는다 |
평상시에는 종목마다 다른 이유로 움직입니다. 반도체가 오르는 날 제약이 빠지기도 합니다. 이 "따로 노는 정도"를 낮은 상관관계라고 하고, 분산 효과는 여기서 나옵니다.
그런데 급락 국면에서는 이 관계가 무너집니다. 위험을 줄이려는 자금이 자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좋은 회사도, 싼 회사도, 다른 업종도 함께 팔립니다.
여기에 구조적 요인이 겹칩니다.
그래서 "가장 분산이 필요한 순간에 분산 효과가 가장 약해진다"는 역설이 생깁니다. 이것은 분산의 결함이라기보다 알고 써야 하는 성질입니다.
급락 당일에는 모두 함께 빠지지만, 회복은 함께 오지 않습니다. 실체적 악재가 있는 종목은 시장이 회복해도 홀로 남겨지고, 외부 충격에 눌렸던 종목은 원인이 사라지면 되돌아옵니다. 분산의 실질적 가치는 하락일이 아니라 그 이후 몇 달에 나타납니다.
한 종목에 전부 넣었는데 그 회사에 상장폐지급 악재가 터지면 회복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분산은 평균 수익률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피하는 도구입니다. 1997년과 2000년에 지수는 회복했지만 사라진 종목이 많았다는 사실이 이 가치를 보여줍니다.
한 종목에 집중돼 있으면 그 종목이 빠질 때 계좌 전체가 흔들려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분산은 심리적 여유를 만들고, 그 여유가 원인을 확인할 시간을 줍니다.
반도체 관련주 열 개는 분산이 아니라 한 종목의 열 배에 가깝습니다. 같은 코호트에 속한 종목들은 함께 움직입니다. 개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요인에 반응하는가가 기준입니다.
한국 종목만으로는 원화 약세, 국내 정책, 지정학 요인을 나눌 수 없습니다. 다만 한국과 미국 시장의 연동도 상당하므로, 해외 주식 추가만으로 분산이 완성되지도 않습니다.
분산은 손실을 없애지 않습니다. 손실의 분포를 좁힐 뿐입니다. 큰 손실 가능성이 줄어드는 대신 큰 수익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이 교환을 받아들이는 것이 분산의 본질입니다.
정리하면, 급락일 하루만 보고 "분산은 소용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도구를 잘못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분산이 답해야 하는 질문은 "오늘 덜 빠졌는가"가 아니라 "내가 틀렸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는가"입니다.